무비자 체류 중 은행 계좌 개설, 세무상 안전할까?
무비자로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은행 계좌를 개설해도 괜찮을까?”라는 문제입니다.
관광 비자나 무비자 체류 상태에서도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한 국가들이 있지만, 계좌 개설 자체가 세법상 거주자로 간주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비자 체류자의 입장에서 은행 계좌 개설이 세무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위험 요소는 무엇이며 어떤 조건에서 안전한지를 국가별 비교와 함께 정리해 드릴게요.
무비자 체류 상태와 세법상 거주자 요건의 차이
우선 무비자로 체류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입국상의 허가’를 받은 것이지, 세법상 비거주자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국 세법은 보통 다음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세법상 거주자(세무 거주자)로 간주합니다.
해당 국가에 연간 183일 이상 체류
가족이나 생활 기반이 해당 국가에 있음
해당 국가에서 소득 창출 활동을 함
해당 국가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사용
문제는 이들 기준이 대부분 누적 평가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무비자 체류라 하더라도 현지 은행 계좌 개설이 하나의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장기 체류 목적이 의심되거나 출국일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세무당국이 ‘실질적 거주’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비자 체류 중 계좌 개설이 가능한 국가들
일부 국가는 관광객 신분에서도 현지 은행 계좌 개설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법상 거주자 전환 가능성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비교가 필요합니다.
조지아
무비자 1년 체류 가능
외국인 계좌 개설 쉬움 (여권만으로 개설 가능)
183일 이상 체류 시 자동으로 세법상 거주자 전환 가능성 있음
계좌 개설 시 납세자 번호(TIN)를 요구하지 않음
조지아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장 많이 계좌를 여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계좌 개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계좌 사용 내역이 현지에서 소득 활동을 하고 있다는 간접 증거가 되거나,
장기 체류와 함께 납세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183일 이상 체류 시 세법상 거주 여부 확인 필수입니다.
세르비아
무비자 90일 체류 가능
일부 은행은 외국인 비거주자에게 계좌 개설 허용
체류 연장 및 반복 출입국으로 실질 거주 인정 시 세금 대상 가능
계좌 개설 시 세금 번호(JMBG) 요구되는 경우도 있음
세르비아에서는 비거주자 계좌(Non-resident account)를 따로 분류하며, 외화 계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복 출입국으로 183일 이상 체류한 기록이 있거나, 계좌 개설 후 장기간 사용 시 세법상 거주자로 전환될 수 있으므로
계좌 유지와 사용 빈도는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합니다.
포르투갈
무비자 90일 체류 가능
계좌 개설 시 대부분 납세자 번호(NIF) 필수
NIF 발급 자체가 ‘거주 의지’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음
장기 체류 시 세법상 거주자 자동 전환 가능성 있음
포르투갈은 비자 없이도 NIF 번호를 발급받고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지만,
세무 당국은 이를 체류 기반 형성의 근거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무비자 체류 중이라 하더라도 NIF 발급 후 계좌를 열고 일정 금액 이상 입출금이 발생하면 세법상 거주자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에스토니아
디지털 인프라가 발달한 국가
외국인 계좌 개설은 어렵지 않지만, 신원 검증이 까다로움
은행에서 세법상 거주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 없음
단, 183일 이상 체류 또는 전자세금 ID 발급 시 납세 대상 전환 가능
에스토니아는 외국인에게도 비교적 개방적인 금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비자 없이 장기 체류하며 계좌를 사용하면 이 역시 간접적인 세법상 거주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자 ID 시스템이 정교하게 연동되어 있어, 일정 기준을 넘기면 자동으로 세무 데이터에 연동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계좌 개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세무 리스크
세법상 거주자로의 전환 가능성
계좌 개설만으로 세금 신고 의무가 생기지는 않지만, 장기 체류 기록과 함께 계좌가 유지될 경우, 세무당국은 이를 거주 근거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자동 금융정보 교환 (CRS)
대부분의 국가들은 CRS(공통보고기준)에 따라 외국인 계좌 정보를 해당 거주국 세무 당국에 자동 통보합니다.
한국 국적자라면 해당 국가 은행 계좌 내역이 한국 국세청에 보고될 수 있습니다.
현지 은행 요구에 따른 세금 번호 발급
일부 국가는 계좌 개설을 위해 TIN(납세자 번호)을 요구합니다.
이는 자동으로 세무 시스템에 등록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세금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비자 체류자가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고려할 전략
183일 이상 체류하지 않도록 일정 관리
소득 입금 계좌는 고정하지 않고, 현지 소비 목적 계좌만 유지
세금 번호 발급이나 NIF 발급 여부는 신중히 결정
CRS 적용 국가인지 여부 확인
비자 없는 상태에서 고정 주소 등록은 피하는 것이 좋음
결론적으로, 무비자 상태에서도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경우는 많지만,
그 자체가 세법상 거주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단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계좌만 열었다’는 행위가 아니라 체류 패턴 전체와 연결해서 판단해야 안전합니다.
결론
무비자 체류 중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서 항상 세무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183일 이상 체류하거나 계좌에서 고정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 혹은 세금 번호가 발급된 경우에는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현지에서 세법상 거주자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곧 세금 납부 의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좌 개설 전에는 반드시 그 국가의 세법상 거주 기준, CRS 적용 여부, 세무 신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고,
필요하다면 세무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비자 체류자는 공식 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세법상 ‘실질 거주자’로 전환될 수 있는 행위들에 더 민감해야 합니다.